Issue 87, Dec 2013
라큅 쇼
Raqib Shaw
젊은 판타스마고리아의 기쁨, 라큅 쇼
11월 8일, 인도태생으로 런던에서 작업하는 라큅 쇼의 뉴욕 전시 오프닝. 2006년 이후 7년만의 뉴욕 방문인 작가를 기다리는 사람이 줄을 섰다. 밀려드는 취재요청과 쫓기는 스케줄을 질색하는 작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마침내 프라이빗 룸에서 작가와 대면했다. 선이 딱 맞아 떨어지는 회색빛의 하운드 투스 체크무늬 수트, 색에 맞춰 애스컷 스타일로 매듭지은 얇고 긴 실크 스카프, 잘 다듬은 눈썹과 선명한 아이라인. 한 손엔 투명한 장밋빛 샴페인이, 한 손엔 직접 돌돌 만 옐로우 오커색의 얇은 담배가 들려있다. 소파에 비스듬히 앉은 채 꼰 다리를 살짝 흔드는 그의 눈빛은 무심한 듯 아련하다. 그런 눈빛을 만든 게 샴페인인지, 담배인지, 전시 오프닝인지, 미친 일정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시종일관 지구별에서 15cm쯤 발을 떼고 있는 상태처럼 여겨졌다. 공식석상에서의 작가가 조금은 무례하고 도발적이려면, 작품이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하면 될까? 피카소는 정말이지 맘에 들지 않고, 아그네스 마틴 정도라면 괜찮다는 말을 거침없이 하려면 본인의 작품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어야 할까? 아니 그전에 그의 이름이 낯설 한국 독자들을 위한 질문 먼저, 도대체 라큅 쇼가 누군가?
● 이나연 미국통신원 ● 사진 PACE GALLERY 제공
'Horse Catcher - PARADISE LOST II' 2013 Oil, acrylic, enamel, glitter and rhinestones on Birch wood 182.9×274.3cm two panels, overall installed ⓒ Raqib Shaw, courtesy Pace Gallery Photography Courtesy the artist and Pace Gallery